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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nekoyama

씨네코아...문을 닫다.

by nekoyama 2006. 4. 29.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때인가 조용한 가족을 영화관에서 보았더랬다.
그게 아마 친구와 가는 첫 영화였던 거 같다.
그전에 백화점에서 해주는 강시영화라던가 우뢰매 같은거 엄마손잡고
보러간적은 있지만, 영화관이라는 곳은 그다지 나와 친한게 아니었다.

고등학교때도 집근처의 동시상영영화관이 아니었음 그다지 보러갈 것도 없었다.
별로 관심이 없었던거지;

그러다가 내가 나중에 영화동아리 짱을 하게 될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튼 영화동아리에 들어가서 듣도보도 못한 영화들을 비디오테이프로 상영하고미야자키하야오와 만나고, 역시 순서를 밟는듯이 이와이 슌지를 비롯한 일본영화를 보고, 그러다가 진지 묻어나시는 독일영화에 , 부천영화제에, 부산영화제가 개막을 하면서영화에 빠져살기 시작했다..

지금하라면 못하지만 그당시에는 정말 영화로 밥벌어 먹고살고싶었다. 선배들이 이끌고다니면서 보자고 '번개'를 치던시절, 나라야마 부시코를 비롯한 여러 영화가 손짓하던 시절.
나의 뜨거운 연애가 묻혀있던시절.

나에게 종로는 그런 시절이 온전히 묻어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시네코아와 코아아트홀, 종로서적이 있었다.

제일 처음 종로서적이 사라지면서 , 리필되는 토스트와 커피와 전망좋은 값싼 곳이 사라졌고
그 다음은 코아아트홀, 이번에는 시네코아인것인가..
솔직히 졸업이후 종로를 갈 일이 드물어서 - 사실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만
얼마전 메종드 히미코를 보러갔을때
코아가 사라진것을 알았다. 그때의 난감함이란 ..충격이란..

메종드히미코의 선전과 그 근처를 돌아보며 그나마 아직 시네코아가 버텨준것에
고마워하고있었는데.... 신성일의 행방불명같은 영화를 해주는곳이 앞으로 얼마나 있을텐가.

스펀지 하우스라.... 이름이 바뀌는것 뿐이라지만 이름만 들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대충상상이 가서 더 슬퍼진다.

내가 사랑하던것이 사라지고 있어서 슬프고, 시간이 아마 더 한참 흐르고
내가 사랑했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것 같아서 슬프다.

이제, ' 아..예전에 여기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 하면서 회상하는것은
더이상 힘들게 되어버렸다.

한여름에 데이트를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다가 흘려서 새하얀 브라우스위의 얼룩에
어쩔줄 몰라하던 그아이의 얼굴과 광화문부터 인사동을 지나 걸어다니던 추억의 가게들
이제 남아있는건 교보문고 정도인가...